[부록#3] '할 수 있어야 알 수 있다'

부록 #3. ‘할 수 있어야 알 수 있다’

양자역학의 ‘불완전함’이 곧 그것의 ‘쓸모없음’을 뜻하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 입자-파동의 균열을 몇가지 알 수 없는 가정들로 봉합하며 완성된 현재의 양자역학[1]은 수없는 자연현상을 이해하고 수없는 발명품들을 만들어내는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대학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대다수의 과학자들은 그 ‘사이공간’에 대해 그다지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일반인 대상으로 쓰여진 양자역학 서적 중 개인적으로 인상깊게 읽은『Introducing Quantum Theory』라는 책이 있는데요 - 그 책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

양자역학은 훌륭하게 작동한다. 이는 수없이 많은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답변을 준다. 양자 이론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파동 함수가 붕괴되는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파동함수의 붕괴’라는 어려운 용어가 나오긴 했지만, 위 문장은 대분의 과학자들이 그 ‘입자와 파동사이 중간지대’에 별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들은 뉴튼과 슈뢰딩거의 방정식, 그리고 그 사이를 잇는 몇몇 가정들만으로도 이미 수없이 많은 일들을 해냈으며, 또한 수없이 많은 ‘할 수 있는 일들’과 씨름하고 있죠. 만약 여러분이 까칠한 과학자에게 확률과 측정문제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다면, ‘닥치고 계산이나 해보라’는 핀잔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경계지역’에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험실 밖에 있는 이들의 시선은 오히려 양자역학의 문제와 모순에 집중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양자역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오히려 철학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분명 - 그것이 훨씬 더 흥미롭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답이 다 나와 깨끗하게 정리되어있는 ‘선명한 무언가’ 보단 다양한 해석과 상상이 가능한 ‘흐릿한 무언가’가 더 흥미로운건 참으로 당연한 현상이겠죠? 영화 ⟪앤트맨⟫이나 ⟪인터스텔라⟫도 그렇고, 다중우주/평행우주/시뮬레이션우주 같은 소재가 수없이 많은 가사/영화/영상 등의 소재로 쓰이는것은, 양자역학의 그 ‘균열’이 그만큼 많은 해석의 가능성을 주고 인간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끝없이 자극하기 때문일 겁니다. 뿐만아니라 양자역학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기본입자와 그것들간의 상호작용을 다루기에, 그것의 불완정성은 ‘인간의 존재와 의식’, ‘우주의 시작과 끝’과 같은 거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수많은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그런데 그런 양자역학의 결함과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양자역학 자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

이것은 ‘양자역학 대표 교과서’라 말씀드린 그 책의 서문입니다. 문맥을 살려 하이라이트된 부분을 의역하자면 :

닐스보어는 양자역학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 ‘만약 당신이 양자물리에 대해 어떤 혼란스러움도 느끼지 못한다면 당신은 그것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 아니다’. 리처드 파인만 또한 이렇게 말했다 - ‘나는 양자역학을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다’

분명 양자역학은 수 없이 많은 상처들을 안고있다. 하지만 이 책의 목적은 그런 결함과 관련한 철학적의미에 대해 논하는 것이 아니라, ‘양자역학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가르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양자역학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모르는 사람이 그것의 가지는 철학적 의미를 이해 할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영상초반에,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양자역학 교과서 말미에 딱 한페이지 나온다’고 말씀드린것 기억나시나요? 이 책은, 그만큼이나 양자역학의 결함이나 그와 관련한 해석과 철학적 문제 따위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대신 이 책은 ‘양자역학이 어떻게 자연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고 있죠. 그리고 저자는 독자들에게 ‘양자역학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양자역학 기저에 존재하는 그 문제와 의미에 대해 알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이번 영상은 이 저자가 지적하는 방향과 일치하는 선상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양자역학은 분명 불완전한 이론이지만, 그것은 결코 ‘절대 알 수 없는 우주의 미스터리’인것 만은 아닙니다. 우리는 이번 영상을 통해 ‘파동’이라는 개념이 그것의 여러가지 문제들을 일거에 해결 해 준다는것을 이해했고, 더 나아가 부록에서는 불확정성의 원리에 대한 개념적 이해에 까지 도달 할 수 있었습니다. 양자역학은 자연을 기술하는 매우 근본적인 물리법칙이고, 이것을 이해하고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저의 여정은 이제 막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앞으로 계속될 DMT PARK의 과학이야기에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리고, 또 한없이 부족한 영상과 글을 봐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1] 앞서 언급한 ‘양자역학의 해석’이라는 위키피디아 문서에 보면 ‘코펜하겐 해석’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1927년 솔베이 회의를 즈음하여 당시 과학자들의 정리한 양자역학에 대한 해석이며, 이는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장 정통적인 해석으로 받아들여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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